보도자료

세계인의 멋과 맛, 가보정 갈비의 고객마당 입니다.

[경기인터뷰] 김외순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89호 ‘가리구이’ 명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가보정
작성일 2022-04-20 16:18

본문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구이 문화 계승… 한식 세계화에 힘쓸 것” 갈비구이 부문 최초 자부심 느껴
12년간 떡볶이 팔며 종잣돈 마련...단일 품목 매출 1위 갈빗집 일궈
‘정직·실한 맛·서비스’ 성공 비결...가보정, 美 진출 꿈 언젠가 이룰 것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갈비구이 명인이 탄생했다. 경기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갈빗집 중 하나인 ‘가보정’의 김외순 대표(71)가 2021년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89호 ‘가리구이(갈비구이)’ 명인으로 지정된 것이다.

대한민국 식품명인은 전통식품의 계승·발전과 가공 기능인의 명예를 위해 정부가 지정하고 보호·육성하는 제도다.김 명인은 30년 넘는 갈비구이 제조 경력 보유자로서 어머니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고문헌을 근거로 한 갈비구이 복원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15일 만난 김 명인은 “구이 문화는 인류가 불을 사용한 이후부터 발전해 온 고유의 문화이자 음식”이라며 “구이 문화를 잘 계승하고 한식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하겠다”라고 부드러우면서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수년째 외식업체 단일품목 매출 1위, 외식업계의 롤 모델 등 타이틀이 괜히 따라 붙는 게 아니었다.

b90f24d5894780e122ebc8e15cdd270c_1650438832_6507.jpg

국내 최초 가리구이(갈비구이) 명인으로 지정된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89호 김외순씨가 갈비구이의 세계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윤원규기자


Q 대한민국 식품명인 ‘가리구이’ 부문에 지정되신 걸 축하한다. 명인 제도와 가리구이, 생소한데 설명 부탁한다.

A ‘가리’는 갈비의 옛말이다. 가리구이는 임원십육지(1835년)와 시의전서(1800년대 말) 등 고문헌에 기록이 남아있다. 요즘에 부르는 갈비구이, 쇠고기갈비가 이것이다. 어머니께서 전수해주신 비법으로 갈비구이를 하고 있는데, 감사하게도 제89호 명인으로 선정됐다. 농식품부는 2대 이상 전통 제조법을 전승받아 이어오는 식품 중 명인을 지정한다. 1994년에 시작돼 현재 91명이 우리나라 식품명인으로 지정됐다.

Q 이미 외식업계에서 성공한 CEO이지만 명인으로 지정된 감회는 또 남다를 것 같다.

A 그렇다. 명인으로 인증을 받으니 그동안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해 온 노력을 인정받는 것 같아 자부심을 느끼고 매우 기쁘다. 한편으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식품명인은 그 분야에서 전승자를 배출하고, 오래 계승해 나가게 하는 게 목적이다. 호텔경영학 박사 학위를 딴 둘째 아들이 현재 계승자로서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고 있다. 잘 계승되고, 또 한식의 세계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Q 명인으로 지정된 가리구이의 특별한 비법이 궁금하다.

A 갈비를 양념·숙성해 구워내는 전통음식으로 초벌 후 마늘항아리에 저장하고 숙성 작업을 거친 뒤 한식간장과 천초(산초)를 사용해 고기의 잡내를 제거해 조리한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갈비구이를 해주실 때 하시던 요리법이다. 어머니께서는 당시 후추나 고추 등 다른 재료가 없던 시절에 천초를 활용해 갈비요리를 하셨다. 그 당시 채소는 인분으로 키웠는데, 채독이라는 병 때문에 생야채를 못 먹었다. 천초 가루를 넣어서 음식을 만들면 채독이 없어진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천초는 아무것도 없던 시절부터 훌륭한 식품이었다. 동의보감에도 약재로 등장한다. 고기 잡내 제거는 물론 속을 따뜻하게 해 소화 촉진을 돕고, 면역력 강화, 산패 방지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가보정을 운영하는 30년 동안 손님 중 식중독 사고는 물론 배앓이를 하는 이들도 없었다. 다만 향이 강해 양념으로 사용할 때는 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도록 비율을 잘 맞춰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비법이다.

Q 수원왕갈비, 포천 이동갈비, 해운대갈비 등 갈비는 지역마다 특성이 있고, 그만큼 업체 수도 셀 수 없이 많다. 그 많은 갈빗집 중 명인이 된 이유가 있을 테다.

A 그동안 식품 명인은 김치나 장류, 주류, 떡, 차 등이 대부분이었다. 떡갈비가 얼마전 지정됐지만 구이는 없었다. 구이 문화는 인류가 불을 사용하면서부터 발달해 온 음식이다. 전통이라면 당연히 구이 문화가 빠져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과감하게 도전해봐야겠다’ 하고 결심했다. 2020년 도전을 했는데, 한 차례 떨어졌다. 역사 깊은 구이 문화를 인정받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이듬해 다시 도전했고, 명인에 지정됐다.

b90f24d5894780e122ebc8e15cdd270c_1650439070_0293.jpg

김외순 명인이 자신이 운영중인 경기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갈빗집 중 하나인 ‘가보정’ 앞에서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윤원규기자

Q 어릴 적부터 손맛이 남달랐나. 어떻게 외식업계에 뛰어들었나.

A 고향이 경상북도 의성군 안계면인데, 이곳에 우시장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머니께서 어릴 적부터 소고기 요리를 잘 해주셨다. 어머니께선 손맛이 매우 좋으셨다. 마을에 큰 대소사가 있으면 어머니께서 뽑혀 다니실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어머니를 보고 배웠었다.

그러다 20대 중반에 남편과 결혼했는데, 남편의 사업이 실패해 수원에 와서 터를 잡았다. 생계를 책임져야겠다 싶어 미나리광 시장에서 2년간 튀김과 떡볶이를 팔며 노점을 했다. 이후 영동시장 부근에서 10년간 장사를 더 했다. 그때도 시장에서 가장 잘나던 떡볶이집이었다. 맛도 맛이지만, 인심을 넉넉히 풀었다. 아이들이 떡볶이 1천 원치를 주문하면 튀김도, 또 다른 메뉴도 1천 원씩 각각 내놨다. 떡볶이 장사를 하며 미래에 뭐할까, 10년 넘게 고민했는데 어머니께서 맛있게 해주시던 갈비요리를 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문을 연 게 가보정이다.

Q 현재 단일 식품매장 매출 1위 업소이자, 직원 수만 250명에 달한다. 지금의 가보정 규모를 보면 처음 시작했을 때의 규모가 상상이 안 간다.

A 1992년 11월 제1관의 50평 남짓한 공간에서 문을 열었다. 직원 일곱 명과 함께 자신 있게 시작했는데,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첫해 적자 폭이 너무 컸다. 이미 수원에는 자리를 잡은 유명 갈빗집들이 떡 하니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전깃세라도 벌어보려고 밤 10시가 되면 종업원들을 다 퇴근시키고 혼자 손님 두 세팀 더 받아가며 장사를 했다. 이후 서너 시간 자고 새벽 4시에 다시 문 열어 해장국도 팔았다. 몇 개월 그러니 몸이 상하더라. 그냥 갈비에 집중하자 싶어 여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이후 손님들 사이에서 점점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고, 4년 뒤부터 건물에 공간이 생기면 하나하나 인수해 넓혀왔다.

Q 외식업계에서 단품으로만 성공하기 쉽지 않다. 성공 비결을 꼽는다면.

A 삼위일체가 되도록 노력했다. 좋은 재료는 물론, 가장 편안하게 드실 수 있게 서비스하고, 이를 위해 공간에 투자했다. 가보정의 가치와 고유의 맛, 서비스를 잃지 않게 관리하는 데도 부단히 노력했다. 홈쇼핑에서 브랜드를 빌려달라는 제의가 많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체인점도 없다. 우리 브랜드로 체인점을 열 경우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임을 알기 때문이다. 다른 사장님들, 체인점의 눈물을 쏙 빼는 돈을 벌지 말자고 다짐했다. 이런 마음가짐을 지키려 노력했고 그 결과가 아닌가 싶다.

Q 새로운 도전이나 꿈꾸는 일이 있다면.

A 갈비구이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 미국, 구체적으로는 뉴욕에 가보정이 진출하는 게 꿈이다. 미국에서 한국식 숯불구이집이 무려 한 시간씩 줄을 서서 먹을 만큼 큰 인기가 있고,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일흔이 넘었지만, 그 말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쉽진 않을 거다. 그래도 기회가 허락된다면 정말 열심히 해보고 싶다. 언젠간 그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전승자가 이루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이런 목표를 자양분으로 삼아 지금 만나는 고객 한분 한분께 진심을 다하고 명인으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겠다.

정자연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출처: 경기일보 (http://www.kyeonggi.com/240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