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갈비 명인’ 김외순 가보정 창업주
수원 대표 갈비집 ‘가보정’ 창업
30년만 3개관 1500석 규모 성장
경영 철학은 바로 ‘퍼주는 것’
‘낮은 이직률’ 덕분 지속 성장
‘2024 상호 존중하는 좋은경영 대상’
고용노동부 장관상 수상

경기 수원시 팔달구 장다리로는 ‘가보정길’로 불린다. 수원 대표 갈비집으로 손꼽히는 가보정 건물 3개가 길 하나를 두고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서 붙은 별명이다. 5층 높이의 건물 3채를 합쳐 총 1500석 규모에 달한다. 주중 3천명, 주말엔 5천명까지 이곳을 찾는다. 단일 음식점 국내 최고 매출(2012년 250억원)을 올릴 정도로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음식맛은 더 만만찮다. 1992년 가보정을 세운 창업주 김외순(73) 명인은 갈비구이로는 최초로 ‘대한민국 식품명인’에 지정됐다(2021년). 천초(산초)를 사용해 잡내를 제거한 ‘김외순식 소갈비 구이’를 인정받은 것이다. 김외순 명인은 성공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손익을 계산하지 않고 손님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 덕분”이라고 답했다. 그는 30년 넘게 고객 중심의 경영 철학과 품질에 대한 철저한 고집으로 가보정을 최고의 갈비 맛집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이끌었다.
시장서 떡볶이 노점상 12년
“퍼주고 덤까지” 인심으로 승부
경상북도 의성 출신인 김 명인은 20대 중반 중매로 결혼했다. 10여년간 전업주부로만 살았다. 장사에 뛰어든 건 뜻하지 않은 ‘사건’ 때문이었다.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이 사표를 내고 야심 차게 사업에 도전했지만, 연속으로 실패했다. 학교 다니는 세 아이를 키워야 했기에 가진 돈 탈탈 털어 장사를 시작했다. 수원 영동시장에 터를 잡고 의류 판매업을 했지만 벌이가 넉넉하지 않았다. 그는 안주하지 않았다. 돈을 빌려 시작한 일이 떡볶이 노점상이었다. 승부수는 ‘넉넉한 인심’이었다.
“남편이 운영하던 공장이 부도가 나면서 생계를 책임져야 했어요. 살림만 하다가 장사하는게 어디 쉽겠어요. 애들 굶기지 않으려니까 그 용기가 난 건지요. 처음엔 옷을 팔았는데 비전이 안보이더라고요. 음식 장사에 눈을 돌렸어요. 처음 3년은 쉽지 않았지만 그 이후에는 잘 됐어요. 손님이 천원을 내면 삼천원 어치를 넉넉히 퍼줬어요.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에 70~80만원 매출을 올렸어요. 거기서 가보정 사업을 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어요.”
12년간 떡볶이를 팔아 가보정 사업을 위한 종잣돈을 마련했다. 수원 인계동의 한 건물 1층에 50평 정도의 공간을 임대했다. 가보정의 시작이다. 고향인 의성에 우시장이 있었다. 친정어머니가 해주시던 갈비 양념 맛은 힘들 때마다 떠오르곤 했다. 행복한 추억의 맛이었다. 갈비를 선택한 이유도 그 기억 때문이었다.

“직원들이야 말로 부처님이죠”
업계 최고 대우하자 이직 줄어
창업 초반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가보정을 찾는 이들은 점차 늘었다. 호불호 갈리지 않는 갈비맛도 맛이지만 호박전, 양념게장, 가오리찜 등 반찬부터 후식까지 정성을 들여 ‘극진하게 대접 받는 느낌’을 전달한 것이 주효했다. 경영학을 배운 적 없지만 노점상부터 산전수전을 거치며 몸소 체득한 김외순 식 경영철학은 단순하지만 확실하다. “손님의 마음을 읊어야 해요. 고객을 기쁘게 해야 한다는 거죠. 상대에게 먼저 얻으려 하지 말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주면 됩니다.”
손님이 늘자 김 명인은 주차장 부지부터 마련했다. 선견지명이다. 1980년대 후반 이른바 ‘마이카(my car) 시대’가 열렸고 1인당 국민소득(GPD)이 늘면 외식비도 증가할 것은 자명했기 때문이다. 주차가 쉬워지자 당연히 방문 손님은 더 늘었고 가보정도 점차 2관, 3관까지 확장됐다.
가보정의 또다른 성공 포인트는 ‘사람 중심 경영’이다. 정규직원수만 약 200명으로 중소기업 못지않다.
“코로나19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었잖아요. 저희도 마찬가지였지요. 손님이 줄어 직원들도 만근을 할 수 없는 형편이었어요. 그때 오히려 10% 급여 인상을 결정했어요. 직원들이 행복해야 업장도 잘 운영될 수 있다는 믿음 덕분이었지요. 위기 속에서도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보정이 유지될 수 있었어요. 직원들에게 외식업계 최고 대우를 하고 있다고 감히 말씀 드립니다. 직원들이 최일선에서 고객들을 만나기 때문에 직원들이 진심으로 서비스해야 고객도 행복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직원을 부처님으로 생각하고 최고의 예우를 다하려고 합니다. 나눔이 곧 행복이지요.”
실제로 32년 넘게 일하는 직원이 있고, 직원 200여명 중에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도 30%가 넘는다. 뛰어난 학업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직원 자녀에게는 장학금도 지급한다. 직원들에게 더 나은 복지를 제공하며, 고객 서비스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경영 철학이다. 낮은 이직률은 가보정의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직원과의 끈끈한 유대는 고객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손님들은 가보정에서 친절한 서비스와 세심한 배려를 경험하며 돌아간다.
김 명인은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헌신하고 있다. 수원특례시 여성자문위원장을 맡아 여성 권익 증진 사업을 위한 1천만원 기부, 출산장려기금 3780만원 조성, 튀르키예 구호금 500만원 기탁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수원시장학재단 장학기금과 언론인 장학금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후원도 해왔다. “나눔의 행복이 제 인생의 모토입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해요.”
가보정이 갈비를 뛰어넘어 한 시대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김 명인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과 나눔을 바탕으로 한 경영 철학에 있었다.